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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매거진

예능 프로그램 소식 먹방. 건강한 먹방이 뜬다.

by 원탁의기사 2022. 3. 21.

 

달걀 반 개를 2분 30초 동안 먹기. 떡볶이 1인분 시켜 사흘 동안 먹기. 요즘 유행하는 일명 ‘슬로우 먹방(먹는 방송)’ 영상이다. 적은 양을 느리게 먹는다는 의미로, 푸짐하게 차려 누구보다 많이 먹고 보는 기존 먹방 콘텐트와 차별화한다.

누구보다 많이, 더 빨리 먹어야 뜬다. 먹방 유튜버의 생존 공식이다. 예를 들어, 먹방으로 유명한 유튜버 쯔양은 돼지고기 불고기 백반 15인분 먹기, 대창 3kg 먹기, 대왕 칼국수 5.5kg 먹기 등 대식을 넘어 폭식에 가까운 먹방 콘텐트를 선보인다.

같은 음식을 수 십 인분씩 한 자리에서 먹는 과격한 식사 법이 아니더라도 먹방은 기본적으로 누가 많이, 더 맛있게 먹는 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흘러내리는 치즈를 클로즈업 하거나, 후루룩 쩝쩝 큰 소리를 내며 면을 끊지 않고 먹는 ‘면 치기’가 추앙받기도 했다. 보고 있으면 침이 고이고, 저절로 식욕이 돋게 하는 것이 매력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튜브에 냉면 하나를 시켜 한 시간 동안 꼭꼭 씹어 먹는 영상이나, 간소하게 한 접시를 차린 후 1일 1식을 하는 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보통 적은 양을 시켜 오랜 시간 동안 씹어 먹는 영상이 대부분이다. 위가 작은 소식가들의 먹는 방식이다. 해당 영상에는 “보는 사람까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많이 먹는 것만 나오다가 맛없는 표정으로 조금만 먹는 거 보는 게 너무 신선하다” “한 음식만 천천히 음미하고 집중하는 게 왠지 힐링된다” 등의 반응이 따른다.

래퍼 코드 쿤스트. 출처./ MBC 유튜브

방송에서 ‘소식좌’ 캐릭터 뜬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적게 먹는 연예인들이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전지적참견시점’ 등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방송에서는 이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비중 있게 내보낸다. 물론 지금까지는 많이, 맛있게 먹는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이와 정반대의 ‘소식좌(소식하는 사람이라는 뜻)’ 캐릭터가 신선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고구마 한 개를 오븐에 구워 먹거나 가래떡 한 줄만 구워 한 끼를 대신하는 가수 코드 쿤스트, 계란 흰자 반 개를 2분 30초 동안 씹어 먹어 ‘되새김질’ 의혹을 받았던 배우 안소희 등이다. 원조 ‘소식좌’로 통하는 가수 산다라 박은 빵 하나를 며칠 동안 데워 먹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음식을 먹을 때의 반응도 웃음을 준다. 맛없게 먹거나 멍한 표정으로 먹는 등 음식에 무심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먹방 유튜버 이녕 출처./ 이녕 유튜브
많이 못 먹어도 맛있엉

 

트위치 생방송 중에 다 못먹으면 벌칙이라는 말에 밥을 팬에 붙여놓고 돌려놓았다가 미션 성공 이라는 말에 바로 남겼지롱~하며 자백하는 이녕

 

건강한 먹방이 좋다

 

소식 먹방의 경우 래퍼 코드 쿤스트은 적은 양을 오랫동안 씹다 보니 별다른 소리나 움직임이 없어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도 인기 요소다.한 음식에 집중해 조용히 음미하는 영상은 흡사 명상 영상만큼이나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식 먹방 콘텐츠에 대해 ‘힐링 된다’ ‘조용해서 좋다’ ‘멍하니 보게 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건강한 먹방의 경우 유튜버 이녕은 예쁘고 도도한 이미지의 외모와는 달리 양 볼 가득 빵빵하게 거침없이 먹는 모습이 햄스터를 연상시키게 하지만 많이 먹지는 못한다.여러 음식을 주문하고 다 먹지 못하는게 속상하다며 울기도 하고,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어서 배불러서 큰일났다며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던 이녕의 모습에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먹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일부러 먹방을 보러 오는 구독자들이 많아지고,팬들에 의해 먹방 코너까지 새로 만들게 된 이녕은 먹방유튜버로 강요당한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이렇듯 래퍼 코드 쿤스트처럼 세상 맛 없는 표정으로 소식을 하거나, 게임리포터 이녕처럼  예쁜 모습으로 여러 음식을 조금씩 맛있게 먹으며 소통하는 건강한 먹방이 더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많다. 시청자들은 “현대인들은 과잉 섭취가 더 문제라 소식하는 사람들 위주의 방송이 많았으면 좋겠다”“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거 보면 나도 따라 하고 싶어져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녕처럼 많이 먹진 않아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이녕이 먹는 편의점이나 pc방 음식조합 그대로 먹어보고싶은 느낌이다.라는 댓글이 많다.


이 같은 소식가 콘텐츠나 건강한 먹방 콘텐츠가 재미 요소로 등극한 데는 기존 먹방 유튜버들의 과한 음식 섭취에 대한 피로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식 먹방을 즐겨보는 구독자들 중엔 “너무 많이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보는 사람도 같이 속이 불편하고 더부룩해져서 거북해지는 느낌”이라며 “저렇게 먹으면 나도 금방 뚱뚱해질것같은 느낌이 든다.며 많이 먹는 먹방 콘텐츠에서 정반대의 식습관을 보여주는 소식 먹방이나 건강한 먹방이 무척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영상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과식,폭식 먹방의 자극적인 식습관 대신 건강한 식습관을 전파할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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