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인 양해엽 전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가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23일 세상을 떠난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92)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 바이올린의 계보를 올라가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산증인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3)와 김남윤(72), 2013년 독일 하노버 콩쿠르 우승자인 김다미(33) 서울대 교수 등을 길러냈다. 이 때문에 ‘한국 바이올린의 아버지’로 불렸다.
양 전 교수는 1929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그가 바이올린을 놓지 않은 건 역설적으로 6·25 전쟁 때문이기도 했다. 1950년 전쟁 직전에 서울대 음악부를 졸업한 뒤 전쟁이 일어나자 해·공군 정훈음악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근무했다. 전쟁이 끝난 뒤인 1955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유학한 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철학과 바이올린을 전공했다.그는 “오른손 주법이 완전하지 못했던 내가 유학을 하면서 그 부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크나큰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전 교수는 1964~1980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했다. 1980~1985년에는 초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역임했다. 이후에도 프랑스에남아 뤼에유말메종 국립음악원에서 8년간 교수를 역임했다.
초대 춘우장학재단 이사장,동아일보 국제음악콩쿨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양 전 교수는 유학을 떠나기 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가르쳤다. 당시 정경화는 채 열살도 되지 않은 신동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어릴 적 1년 반 동안 고인을 사사했던 정경화가 스승의 도불(渡佛) 소식에 ‘프랑스로 따라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던 건 유명한 일화다.
정경화는 2016년 스승의 미수(米壽·88세)를 기념한 음악회에 깜짝 출연해서 존경심을 드러냈다. 또 김남윤과 피호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들도 양 전 교수를 거쳤다.
한국 전통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서 ‘한국 불교 음악’의 불어판과 독일어판을 펴냈다.
그는 3남 1녀의 자녀를 뒀는데 그중 두 아들을 세계적인 음악가로 길러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과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은 아버지 덕분에 파리의 문화적 토양 가운데서 성장해 둘다 부친의 모교인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양성원의 아내 김은식도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는 등 음악가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족은 부인 서정윤씨, 아들 양성식(바이올리니스트), 양성원(첼리스트 연세대 교수), 양성욱(기업가), 딸 양혜원(재불 기업인)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8일이며, 장지는 천주교 안성추모공원이다. 조문은 26일부터 가능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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